입사 초기의 몇 달을 ‘수습’으로 보내고 정식 전환을 거친 뒤 퇴사를 앞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수습기간도 퇴직금 계산에 들어가나요?”라는 것. 회사는 “수습은 정식 근로가 아니니 제외”라고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주변에서는 “다 포함된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 글은 그런 혼선을 풀기 위해, 퇴직금의 기본 구조부터 수습(인턴)·기간제·일용직·공백기간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계속근로기간 인정 원리를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실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계산 예시와 체크리스트, 자주 묻는 질문(FAQ)도 담았으니, 퇴사 준비에 참고하세요.
1) 퇴직금의 뼈대: 누가, 언제, 얼마를 받나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되는 제도입니다. 법은 사용자가 퇴직 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합의로 기일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퇴직금 = (1일 평균임금 × 30일) × (총 계속근로기간 ÷ 365)
여기서 핵심 용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 계속근로기간: 최초 입사(근로 제공을 시작하기로 한 날)부터 근로계약이 종료될 때까지의 전 기간. 회사 승인 휴직도 원칙적으로 포함됩니다.
-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 일수로 나눈 금액. 특정 사유(예: 장기 휴직, 사용자의 귀책으로 인한 휴업, 출산전후휴가 등)는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공제합니다.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적으면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봅니다.
즉, 퇴직금은 ‘얼마 동안(계속근로기간)’ × ‘하루치 평균임금’의 구조로 계산됩니다. 따라서 계속근로기간에 무엇이 들어가고 빠지는지가 곧 금액을 좌우합니다.
2) 수습·인턴·기간제… ‘계속근로기간’에 들어가는 경우는?
퇴직금 계산에서 가장 자주 분쟁이 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큰 원칙은 간단합니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이고, 그 기간은 원칙적으로 계속근로기간으로 봅니다. 계약서 명칭이 수습·인턴·도급·위임 등 무엇이든, 실질로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1) 수습(인턴) 기간
- 원칙: 수습이라도 실제로 지정된 시간·장소에서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그 기간은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됩니다.
- 오해 바로잡기: 일부 회사는 “수습은 평가기간이라 제외”라고 하지만, 법은 평가 목적과 무관하게 실제 근로 제공 여부로 봅니다. 수습 3개월 + 정규 9개월 = 총 12개월이면, 퇴직금 대상입니다.
- 단서: 무급 실습·교육만 하고,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업무 수행을 하지 않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예: 학교 실습생, 체험형 현장실습 등 실제 업무 대체가 없는 순수 교육인 경우)
2-2) 기간제·계약직, 갱신 사이의 공백
- 계약을 반복·갱신하며 근무했고, 사이에 짧은 공백이 있더라도, 그 공백이 업무 성격상 불가피(예: 방학, 비수기)하거나, 전체 근속에 비해 짧고, 재고용이 전제로 이어졌다면 계속근로로 통산될 수 있습니다.
- 반대로,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완전히 종료되고 다시 새 고용으로 보기 타당한 경우라면 별개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판단은 사정 전체(공백 사유, 재고용 관행, 인사·급여 연속성 등)를 종합합니다.
2-3) 일용직·단시간 근로
- 1일 단위 고용이라도 같은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근로가 이루어져 전체로 1년 이상이면 퇴직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다만, 주 평균 15시간 미만인 경우는 퇴직금 제도 적용 제외입니다(4주 평균 기준으로 판단).
2-4) 휴직·휴가 기간의 처리
- 회사 승인 휴직(육아휴직, 업무상 부상·질병 요양 등)은 원칙적으로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됩니다.
- 다만 평균임금 산정에서는 일정 기간을 빼고(공제) 계산하게 됩니다. 즉 ‘기간은 포함, 임금평균은 공제’의 이중 구조를 기억하세요.
3) 실전 계산: 예시로 보는 퇴직금 산출
사례 A — 수습 3개월 + 정규직 9개월, 총 12개월 근무, 주 40시간, 최근 3개월 급여 합계 900만원(상여 포함), 최근 3개월 총 일수 92일
- 계속근로기간: 수습 3개월 포함 365일
- 1일 평균임금: 900만원 ÷ 92일 ≈ 978,261원
- 퇴직금: 978,261원 × 30일 × (365 ÷ 365) ≈ 29,347,830원
사례 B — 계약직 6개월 + 방학 1개월(실근로 없음) + 재계약 6개월, 최근 3개월 급여 600만원, 최근 3개월 총 일수 92일
- 계속근로기간: 업무 성격상 방학 공백이 불가피하고 전체 근속 대비 짧다면 총 13개월로 통산될 수 있음.
- 1일 평균임금: 600만원 ÷ 92일 ≈ 652,174원
- 퇴직금: 652,174원 × 30일 × (395 ÷ 365) ≈ 21,140,000원 내외 (대략치)
주의: 평균임금 산정에는 상여·수당 포함 여부, 무급휴직 공제 등 변수가 많습니다. 임금항목 성격(고정·변동·일시적), 지급 주기, 취업규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본인의 급여명세와 사규를 함께 확인하세요.
4) 회사가 “수습은 제외”라고 할 때: 대응 순서
- 사실관계 정리: 수습 기간의 근무표, 업무지시 기록(메일·메신저), 급여명세서, 출퇴근 내역을 모아 실제 근로 제공을 입증합니다.
- 법 기준 제시: 퇴직금은 실질 근로를 기준으로 하며, 수습도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 지급 요청서 발송: 퇴직일로부터 14일 내 지급 원칙, 지연 시 지연이자(지급지체에 따른 이자) 발생 가능성을 명확히 고지합니다.
- 노무사 상담·행정 구제: 합의가 어려우면 관할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고려합니다. 금액 산정이 복잡하면 공인노무사 상담이 효율적입니다.
5) 자주 묻는 질문(FAQ)
Q1. 수습 2개월 + 정규직 8개월(총 10개월) 근무했어요. 수습 포함해도 1년 미만이면 퇴직금이 없나요?
네. 계속근로기간이 1년에 미치지 못하면 퇴직금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퇴직 전 유급휴가 수당 등 다른 권리는 별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Q2. 수습 기간은 급여가 낮았는데, 평균임금이 깎여서 손해 아닌가요?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과거 수습 급여는 평균임금 계산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상여·수당 포함 여부와 휴직 공제 등이 평균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3. 인턴이었지만, 실제로는 교육만 받았습니다. 퇴직금 계산에 포함되나요?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중요합니다. 현장 실습·교육만 하고 사용자 지휘 아래 업무를 대체하지 않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인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배치되어 업무를 수행했다면 근로자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Q4. 주 14시간씩 근무했어요. 1년을 채웠는데도 퇴직금이 없나요?
퇴직금 제도는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을 요건으로 합니다. 평균이 15시간 미만이면 적용 제외입니다. 주 단위 스케줄이 들쭉날쭉했다면, 4주 평균으로 다시 계산해 보세요.
Q5. 휴직이 길었습니다. 그 기간도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되나요?
회사 승인 휴직은 원칙적으로 포함됩니다. 다만 평균임금 산정에서 그 기간과 임금은 공제되는 구조입니다.
Q6. 계약과 계약 사이 공백 2주가 있었습니다. 끊기는 건가요?
공백이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거나 전체 근속 대비 짧고, 인사·급여가 사실상 연속되었다면 통산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질이 완전한 종료·재채용이면 별개로 볼 수 있습니다.
6) 체크리스트: 내 퇴직금 권리, 이걸로 점검
- 입사일(수습 시작일 포함)과 퇴사일을 기준으로 총 365일 이상인가요?
-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인가요?
- 수습·인턴 시기에도 실제로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업무 수행과 임금 수령이 있었나요?
- 계약 갱신·공백의 사유와 기간은 무엇인가요? 관행상 연속 근무로 봄이 타당한가요?
- 최근 3개월 임금항목(기본급, 고정수당, 상여, 연장·야간·휴일수당 등)과 무급·유급 휴직 내역은 어떻게 되나요?
- 퇴사 통보·승인 및 지급기일(퇴직 후 14일) 안내를 받았나요?
7) 회사·근로자 모두를 위한 베스트 프랙티스
회사라면
- 채용 단계부터 수습·인턴의 법적 지위(근로자성 발생 가능)를 내부 규정과 계약서에 명확화합니다.
- 근태·임금 기록을 정확히 관리해 평균임금 산정 분쟁을 예방합니다.
- 퇴직 시 정산 체크리스트(미지급 임금·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원천세·4대보험 정리)를 표준화합니다.
근로자라면
- 수습 시작일부터 근로계약서, 근무표, 임금명세서를 보관하세요.
- 평균임금 산정에 반영되는 임금항목(고정·변동)을 파악해 자체 계산도 해보세요.
- 회사와 이견이 있으면 사실증거 중심으로 협의하고, 필요시 공인노무사 상담을 활용하세요.
8) 핵심 정리
- 수습·인턴이라도 실제로 근무했다면 근로자로 본다. 그 기간은 계속근로기간에 포함.
- 1년 이상 + 주 15시간 이상이면 퇴직금 대상.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 기준.
- 갱신 사이 짧은 공백이라도 사정에 따라 통산 가능.
- 퇴직 후 14일 내 지급이 원칙. 지연 시 이자 문제 발생 가능.
결론적으로, “수습은 퇴직금 제외”라는 말은 일반론으로는 틀린 설명입니다. 퇴직금의 성격은 지속적으로 일한 시간과 받아 온 임금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에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로 돌아가 확인하는 일.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대가를 받고 일했는지를 차분히 정리해보세요. 그 위에 법의 잣대를 대면, 내 권리의 윤곽이 깔끔하게 드러납니다.